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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Re:Re:Re:유희근의 붓글씨 이야기 11 - 無不空 270

팔여선사 산필 2015. 4. 7. 21:35

제목: 유희근의 붓글씨 이야기 11 - 無不空 270

無, 不, 空,  270


무불공 270 이라.......  007작전의 암호명 같다.


일 년 중에 종교와 관련해서 쉬는 날이 두 번 있다. 부처님 오신 날과 크리스마스 날이다. 5월 2일 토요일이 마침 석탄일이었다.

서예도 종교와 관련해서 많은 작품을 쓴다.


기독교 신자들은 “주기도문”을 자주 쓰고 “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구절을 좋아한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또는 “믿음, 소망, 사랑 이 셋 중에 사랑이 으뜸이라” 는 구절도 자주 인용한다.


성경 말씀은 대개 한글 서예가 더욱 아름답다. 그래서 성경 구절은 주로 한글로 많이 쓴다.

이해하기도 더 쉽고 신자들은 이러한 작품을 더 사랑한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반야심경”을 서예작품으로 갖기 좋아한다.

반야심경은 모두 270자로 돼 있다. 따라서 8폭 병풍이나 10폭 병풍으로 제작하는 경향이 많다.


상식을 넓히기 위해 알아 둘 필요가 있다.

270자 가운데 없을 無자가 21번, 아니 不자가 9번, 빌 空자가 7번, 빛 色 또는 색 色자가 6번.... 이렇게 자주 중복해서 나타난다.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이와 같이 자주 등장하는 글자들을 똑같은 글씨체로 쓰면 서예 작품으로서의 수준을 인정받지 못한다. 없을 無자 21번을 모두 다르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많은 연습과 노력과 실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서예가 어렵다는 얘기다. 단순한 글자의 연속이라면 누가 어렵다고 하겠는가?


참고로 알아 둘 것은 반야심경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정식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 이렇게 글자가 열 개다.

이 열 개의 글자들은 모두가 붓글씨로 쓰기 어려운 漢字들의 연속이다.


여기 소개한 작품은 전문가로부터 心正則筆正 - “마음이 바르면 글씨도 바르다”는 평을 들었다.


敬이라는 위 글자는 “바른 마음이 있어야 공경하지 않겠는가?” 라는 뜻에서 바르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아래 글자 佛은, 붓이 갈라지면서 하얗게 표현되는 비백이 나타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가벼운 글씨가 되지 않도록, 한 획 한 획 천천히 지나가면서 힘 있게 써 내려갔다.


그 결과 이 작품은 특히 佛이라는 글자에서 신비스러움과 함께, 숙연하고 바른 자세를 갖게 하는 마력이 있어 보인다는 전문가의 평이었다.


“천수심경”이나 “금강경” 등은 너무 길어서, 그 중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를 일부만 골라 작품으로 만든다.

 

어떤 이들은 이들 불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금가루로 쓰기도 한다. 이를 금사경이라고 부른다.


金寫經 중에 천하제일은 안평대군이 쓴 작품 “지장보살본원경” 이다.

이 작품은 현재 미국 하버드 대학교 핸더슨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핸더슨 컬렉션에 보관돼 있다.


금가루를 묻혀서 쓴 이 작품은 현존하는 불경 중에서 최고의 명작이라 할 수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최대의 정성을 들여 쓴 이 불경은 조선 4대 명필인 안평대군의 필생의 역작이다.

하루 빨리 되돌려 와야 할 우리의 고귀한 문화재이다.


위에 선 보인 작품은 언제나 웃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불교신자에게 써 준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걸어 놓고 아침저녁으로 합장 배례한다고 한다.


그의 경건한 불심에 경의를 표한다. 이렇게 별것도 아닌 작품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나는 한 작품을 만들 때 300장을 연습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 자체에 대해서도 존경을 표할 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할 것 아니겠는가? 붓글씨는 어렵고도 어려운 고난의 연속이다.

“이렇게 어려운 걸 왜 시작했는가?" - 자주 고민하게 만든다.


“유희근의 붓글씨 이야기” 는 다음주에 “피겨의 여왕 김연아와 붓글씨” 편을 마지막으로 열두 번에 걸친 시리즈의 막을 내릴 계획이다.

출처 : 전언회
글쓴이 : 이명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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