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표구에 대하여
Ⅰ. 표구(表具)의 일반(一般)
1. 표구란 무엇인가.
표구란 서(書), 화(畵), 자수(刺繡), 탁본(拓本), 섬유공예(纖維工藝 : 染織, 手織등), 사진(寫眞)등의 작품을 보존(保存), 보관(保管), 전시(展示) 또는 완상(玩賞)하기 위하여, 족자(簇子), 액자(額子), 병풍(屛風), 서화첩(書畵帖, 帖冊), 횡권(橫卷, 두루마기)등으로 표장(表裝)하는 제반 기술적 방법을 말하며, 넓은 뜻으로는 낡거나 훼손(毁損)된 작품의 보완(補完)과 재생(再生)작업까지도 포함된다.
작품의 원상 회복을 위한 수리(修理)작업은 세척(洗滌), 배접(背接), 충전(充塡), 보채(補彩)의 기술적 과정이 있다. 표구는 원래 일본에서 사용한 용어이며, 우리 나라는 한일합방(韓日合邦)을 전후로 쓰기 시작해서 지금은 널리 일반화되었다.
표구라는 용어가 통용되기 이전에는 표장(表裝), 장배(裝背), 표배(表褙), 장황(粧潢)등의 용어가 사용되었으며, 이 네 가지는 오랜 역사적 연륜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장황이 가장 오래 전부터 쓰여진 것으로 보여진다. 장황이란 「단장할 장」과 「책꾸밀 황」의 합자(合字)로서 글뜻 그대로, 책을 꾸미고 단장하는 기술 행위를 말한다.
원래 단순한 배접(背接)과 재단(裁斷), 또는 경권(經卷)의 쾌선(掛線)을 치는 작업만을 의미하였던 것으로 여겨지는 표구의 개념은 후대에 이르면서 장정기술(裝幀技術)이라는 내용을 포함하게되며, 오늘에 이르러서는 수리(修理)와 재생(再生)을 비롯한 보존기술(保存技術)까지 포함하고 있다.
2. 표구(表具)의 목적(目的)
표구의 목적은 작품의 보존(保存), 전시(展示), 완상(玩賞)에 있다. 특히 역사적 가치나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에 대한 원상의 완전한 보전(保全)이야말로 표구의 중요성과 목적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에는 20년 이상이나 지하에서 썩힌 풀을 사용하여 표구를 하는데 이는 수세기 후에 나타날 수 있는 작품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전시나 감상을 위한 측면에 있어서는 작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배색(配色), 촌법(寸法) 등으로 미적(美的) 조화를 살리는 문제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의 내용에 어울리지 않는 배색과 촌법으로 표구하였을 경우, 작품의 내용과 분위기가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3. 우리나라 표구의 역사적개관
고대 표구의 발생은 작품 보존(保存)의 필요성과 장식의 요구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처음에는 찢어지거나 훼손된 작품을 보완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작품의 뒷면에 다른 종이를 오려서 보수하는 정도의 극히 초보적인 행위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작품 보존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기술의 진전을 통해서 오늘날과 같은 배접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을 것으로 믿어진다. 배접의 기술이 일반화되면서 작품을 보다 장식적으로 치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으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역사상 최초의 표장물도 이러한 욕구가 몇몇 창의력 있는 장배가(裝背家)들에 의하여 창제(創製) 되었을 것이다.
표장물 중에서도 병풍이 가장 먼저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시기는 대체로 중국의 한대(漢代)로 보고 있다. 족자는 북송(北宋)때부터 벽에 걸어서 감상하기 시작하였다 한다.
족자 표구는 원래 티베트의 초기 불교 사원에서 야외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불화(佛畵)를 꾸민 것이 그 효시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족자의 형식이 중국에 유입되었던 것은 불교 전래 및 융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그것은 고대 중국의 표구물중 대부분이 경권(經卷,寫經의 두루마기)과 불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하겠다.
표구의 기원은 중국의 한대(漢代)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대 장언원(唐代 張諺遠)의 『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에 의하면, 중국의 표장기술(表裝技術)은 동진(東晋)때에 이르러 그 기초가 마련되었으며, 유송대(劉宋代)에 범엽(范曄)이 나타남으로써 장배기술은 완숙한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한다.
우리나라에 있어서의 표구 기술은 어느 시대에 어떠한 경로로 유입되었는지 전하는 기록이 없어서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으나 고구려는 건국 초기에 「유기(留記)」라는 역사서를 만들었고, 이불란사(伊佛蘭寺)와 성문사(省問寺)를 세워 국가의 초석을 다졌던, 서기 375년까지는 중국으로부터 장배 내지는 기술을 받아들였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즉, 소수림왕(小獸林王, 2년 AD.372년)에 중국의 태왕(泰王) 부견(符堅)이 스님 순도를 보내 불상(佛像)과 경문(經文)을 들여와 불교의 전래가 본격화되었으며, 이때 가져온 경문은 장배 내지는 표장된 일종의 표구물인 경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 시기를 전후로 하여 장배술 내지는 표장술이 유입되었다고 보여진다.
Ⅱ. 표구의 도구,재료,풀(糊)
1. 도 구
(1) 귀얄
①두꺼운 풀귀얄 : 배접지의 풀칠용.
②얇은 풀귀얄 : 종이 사이의 가장자리를 좁게 풀칠할 때.
③어루만짐 귀얄 : 주지(主紙)와 비단의 배접시, 두드리고 쓸어주어 배접지의 밀착도를 높이는 귀얄이며, 보통 말털이 이용된다.
④다짐귀얄 : 족자의 마무리 단계에서 배접지의 효과적인 접착을 위하여 족자 뒷면을 강하게 두드려 줄 때 사용.
⑤축임귀얄 : 건조판의 임시 부착시, 혹은 주지의 자리잡기 과정 등에서 물을 가볍게 뿌려 줄 때 사용하는 귀얄로서, 일명 물귀얄이라고도 함.
(2) 작업대 : 표구의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넓은 테이블을 말하며, 편백나무판 또는 은행나무판이 좋으나, 너무 고가이므로 요즈음은 주로 합판을 사용한다.
(3) 건조판 : 주지 및 비단의 배접후 이를 건조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나무판으로 보통은 베니아판을 이용한다.
(4) 비닐장판, 마름칼, 대칼, 전반, 치수용자 및 T자형자, 분무기, 풀그릇, 체주걱, 염주알, 집게, 송곳, 망치, 톱, 가위, 숫돌, 들대, 걸레 및 스폰지.
2. 재 료
(1) 종이(紙)
종이의 기원은 매우 오래되었다. 3600년∼4000년전, 이집트에서 파피루스(Papyrus)라는 야생의 수초를 이용하여 문자를 기록하였는데, 오늘날 영어의 페이퍼, 불어의 파피, 독일의 파피루 등은 파피루스를 그 어원으로 하고 있다.
파피루스는 나일 강변에 자생하는 높이가 3m에 이르는 매우 긴 수초이다. 이것을 가늘게 쪼개어 물에서 충분히 불린 후에 평평한 바닥에 종횡으로 펴놓아 준다. 여기에 돌같은 무거운 것으로 눌러주면 끈끈한 진이 나오면서 엉기게 되며, 이것을 햇빛에 건조시켜 준 것이 파피루스이며, 이는 곳 인류 역사상 최초의 종이이다. 오늘날과 같은 완벽한 종이의 발명은 중국 후한대(後漢代)의 채륜(蔡倫)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표구용 종이
①서화 배접지 : 주지의 배접용 종이로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약간의 닥지에다 펄프를 다량 섞어서 만든 것인데, 풀기를 묻혀보면 펄프 성분이 많아서 너무 쳐지는 감이 있다. 따라서 간이용의 작품표구에 적당하다고 본다. 전지(全紙) 크기는 149×72.6cm이고, 천 배접지보다 크다. 이는 작품의 배접 과정에서 되도록이면 이어주는 부분인 이음새를 피하기 위한 배려에서이다.
②천 배접지 : 표구용 비단의 배접용 종이로 일반 시중의 천 배접지는 서화 배접지보다 얇고, 풀을 묻히면 쉽게 쳐진다. 이것도 약간의 닥지에 펄프를 섞어준 것이다.
③보통 순지 : 배접지로도 대용하며, 눌러 붙이기 등 여러 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비교적 질긴 닥지이다.
④날개(돌쪼기)용 순지 : 병풍의 연결 작업을 위한 종이로서, 두텁고 매우 질긴 닥지이다.
⑤초배지 : 액자, 병풍의 뜨게 붙이기 용이다. 약간 누런색과 표백을 해 준 흰색의 두 종류가 있다. 햇빛에 비춰보면 일정한 줄무늬가 나타나며, 닥지를 원료로 했기 때문에 비교적 탄력이 좋다.
⑥태지 : 액자 및 병풍의 뒷면 마무리용 종이를 일컫는다. 청색과 연푸른 빛이 약간 도는 회색의 두 종류가 있다.
⑦황지 : 일반적으로 창틀의 초벌과 재벌용에 사용한다. 일명 하드롱지 라고도 하며, 누런색을 띠기 때문에 황지라 부른다.
⑧색지 : 주지의 사위를 둘러주는 윤선(輪線) 및 기타 계선(界線)등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일종의 염색지이며, 빨강, 검정, 밤색 등 여러 종류의 색깔이 있다. 금지(金紙)와 은지(銀紙)도 색지의 일종으로 분류한다.
⑨신문지 : 통상 황지의 대용으로 초벌과 재벌지로 많이 사용한다.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며, 충이나 균이 신문지의 인쇄잉크 냄새를 싫어하는 이점도 지니고 있으며, 통풍성도 양호한 편이다.
◈ 서화용(書畵用) 종이
화선지(畵宣紙) : 서화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화선지는 닥나무에다 펄프를 혼합하여 만든다. 화선지는 묵색을 잘 받지만, 심하게 번지며, 찢어지기 쉽고 붓자국이 난다. 또 젖어 있는 동안은 겹쳐 그리기가 어렵다.
①마지(麻紙) : 삼의 껍질로 만드는 마지는, 두께에 따라서 박지(薄紙), 중후지(中厚紙), 후지(厚紙)로 나누며, 색깔에도 흰색과 붉은 색이 있다. 창호지와 비슷한 성질이 있어서 붓자국이 잘 나타나지 않으므로 겹쳐 그릴 수도 있어서 산수화를 그리기에 가장 알맞다. 그러나 농담의 한계가 서로 융합되는 경향이어서 발묵(潑墨) 효과가 떨어진다.
②옥판선지(玉板宣紙) : 두꺼운 종이로 흡수도가 빨라서 1필이나 2필 정도 그리고 난 후에는 다시 붓에 먹을 찍어야 할 정도이다. 따라서 먹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 또 젖어 있는 동안은 묵색이 아름답고 선명하지만, 일단 마르면 약간 연해지면서 탁해지기 때문에 다시 겹쳐 그리기를 하고, 배접을 하면 젖어있을때와 거의 같은 농도로 되살아나기 때문에 겹쳐 그린 곳이 오히려 진해지기도 하므로 가늠하기 어려운 종이이다. 이것은 두꺼운 종이의 공통인 결점이며, 옥판선지는 마지와 더불어 비싸므로 연습용으로는 적당치 않다.
③당지(唐紙) : 당지는 본래 중국에서 만든 종이를 말하며, 닥나무와 어린 대나무의 섬유가 원료이다. 당지 중, 황갈색을 띠며 두껍고 거친 것을 일번(一番)당지, 연한 황색에 엷고 매끈한 것을 이번(二番)당지라 부른다. 후자가 상질이다. 당지는 화선지처럼 심하게 번지지 않으며 발묵이 좋고 경제적이어서 연습용으로 적당하다.
④창호지(窓戶紙) : 묵색도 좋고, 겹쳐 그릴 수도 있으며, 번짐도 알맞아서 연습용은 물론이요, 직접 제작 할 때도 많이 쓰인다.
⑤화전지(花箋紙) : 중국산(中國産)의 종이이다. 산수, 인물, 사군자, 고기(古器) 등을 목판(木版)으로 인쇄하여 넣었으며 색깔과 문양의 종류도 다양하다. 주로 서예에 많이 이용되는 종이이다.
⑥금전지(金箋紙) : 종이 표면에 고운 분가루를 뿌려 압착시킨 것으로 색깔은 백색, 담홍색, 담람(淡藍), 황색 등이 있다. 일본산(日本産)이며 서예용이다.